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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창업가’ 윤병동 대표, 산업AI 표준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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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4-10-22 14:52 조회 13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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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공장과 발전소 등 산업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설비의 유지·관리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일으키는 터빈 등 핵심설비가 고장나면 전체 생산공정이 멈추기 때문이다. 적절한 관리가 안돼 효율이 떨어지기만 해도 경제적 손실이 크다.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사진)가 2016년 창업한 원프레딕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산업시설의 이상징후를 감지하고 예지하는 ‘가디원(guardione)’ 솔루션을 제공한다. 제조 현장에서 수집한 소리, 진동, 온도 등의 데이터를 딥러닝에 기반한 기술로 분석해 높은 정확도로 정보를 제공한다. 롯데케미칼과 에쓰오일, GS파워, GS칼텍스 등 국내 유수의 대기업 고객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원프레딕트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기에 접어든 원프레딕트의 솔루션을 산업계의 ‘표준’으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AI를 통한 진단과 예측이 설비의 효율을 극대화 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비단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표준으로 인정받기 위해 기업공개(IPO)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창업 스토리: ‘딥러닝’에 빠진 기계공학자, 산업 기여 위해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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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생인 윤병동 대표는 글로벌 학계에서 인정받는 기계공학학자다. 지난 2020년 스탠퍼드대학이 전 세계 690만명의 학자를 대상으로 선정한 상위 2% 과학자에 뽑혔다.


인하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카이스트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시간공과대학교와 메릴랜드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13년간 미국 생활을 한 뒤 2010년 귀국해 서울대에서 지금까지 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기계공학이 전공이지만 일찍이 인공지능(AI)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2004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진행한 논문 심사에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컴퓨터를 병렬로 연결해 연산 능력을 높이는 논문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이 때부터 딥러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2013년 AI 딥러닝을 이용해 터빈 설비를 진단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썼다. 논문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산업계에서 큰 반향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벌인 알파고가 주목받으며 딥러닝은 글로벌 산업계의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됐다. 산업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 제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공학자였던 그가 창업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된 건 이 쯤 부터다. 그는 “상용연구에 가까운 연구들을 많이 했고, 단순히 연구 논문을 남기기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창업을 통해 산업에 직접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뛰었다”고 회상했다.


창업은 그의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연구를 고도화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기술 창업 사업인 ‘산학연 공동 연구법인 지원 사업’에 지원했고, 최우수 기술로 선정됐다. 법인을 설립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법인을 설립했다. 서울대학교 내 조그만 사무실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기술과 사업성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할 만한 시간은 없었다. 윤 대표는 “사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창업을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본격적인 제품화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2018년 처음 제품화된 솔루션을 출시했다. 지난해 매출은 26억원가량인데, 현재 제품을 고도화하고 라인업을 정비해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터빈 종합 진단관리 솔루션인 ‘가디원 터보’와 올해 출시한 ‘가디원 pdx’를 양대 축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가디원 pdx는 하나의 설비가 아닌 공정 전체의 진동, 전류, 운전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모니터링에서부터 예지보전, 제어까지 본격적인 생산 프로세스 최적화를 지원하는 산업자산 통합관리 AI 플랫폼이다. 제공하고 있는 모터 진단 솔루션인 ‘가디원 모터’와 변압기 예측진단 솔루션인 ‘가디언 서브스테이션’을 pdx에 통합시키는 방향으로 고도화 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가디원 터보 제품은 시장의 니즈에 따라 여러차례 버전업 되면서 빠른 매출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가디원 pdx는 여러 산업분야에 통합제품으로 공급할 수 있어 향후 회사의 주력 제품으로 빠르게 커나갈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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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터닝 포인트1: 스케일업으로 이어진 ‘제품화’ 결심


사업 초기 솔루션 공급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완강하게 용역 방식으로 기술을 구현해주길 원하는 고객사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상 고객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SI(System Integration)업체로서 역할을 요구한 것이다. SI 사업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회사에 기술과 경쟁력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제품화한 솔루션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갖게 됐다. 가디원이라는 이름의 솔루션 제품을 출시한 이유다. 이런 결정은 회사의 스케일업으로 이어졌다. 윤 대표는 “제품을 만들려면 당장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투자유치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치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윤 대표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를 유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여러 차례 좌절을 겪으며 투자자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갖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9년 초 마무리 한 시리즈A라운드를 통해 에쓰오일과 BSK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듬해 시리즈B 라운드에선 15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케이넷투자파트너스, SJ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최정상 벤처캐피탈(VC)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300억원의 시리즈C라운드도 성공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팔로우온 했고 LB인베스트먼트, KDB산업은행, KTB네트워크, 신한은행, KB증권, LG에너지솔루션, GS파워 등이 신규 투자사로 참여했다.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490억원에 달한다.


◇성장 터닝 포인트2: 실패에서 배운 ‘시장 지향’ 방향성


제품을 출시한 이후 사업이 바로 탄탄대로를 걸은 건 아니다. 2018년 가디원 터보와 가디언 베어링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술과 제품의 완성도에 자신이 있었음에도 성과는 기대보다 저조했다. 윤 대표는 “돌아보면 시장의 니즈를 잘 알지 못하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깨닫는 건 윤 대표에게 굉장히 뼈 아픈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시장 지향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값진 경험을 얻는 계기가 됐다. 이후 출시한 제품들은 철저하게 시장의 요구사항을 리서치했다. 가디원 터보 제품의 경우는 수없는 버전 업을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맞춰나가며 원프레딕트의 핵심 제품이 됐다.


윤 대표는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시장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었고 의미 있는 존재감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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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받는 인물: 비즈니스 선배들에게 자문, VC도 멘토


교수 출신으로 원프레딕트를 창업하며 처음 사업에 뛰어든 윤 대표는 비즈니스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보니 사업에 노하우가 있는 비즈니스 세계의 선배들을 많이 소개받아 자주 만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은 김태원 전 가온소프트 대표이사다. 가온미디어의 CFO와 가온소프트의 대표이사까지 맡았던 인물로 지인을 통해 소개받았다.


그는 “회사의 사업과 파이낸스는 물론 HR과 기술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며 “많은 고민들을 상담하고 있으며,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리스트들도 그에게 멘토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특히 많은 소통을 하는 투자자로 최동열 스톤브릿지벤처스 파트너와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장을 꼽았다.


윤 대표는 “모든 투자사가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끊임없는 자문과 의견을 주시고 있어 굉장히 좋은 투자자들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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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민 : 본격적인 매출 성장 도모…‘발품’ 시동


윤 대표의 최근 모든 신경은 ‘수주’에 향해있다. 사업 방향성을 다잡았고 제품군에 대한 정비도 마쳤다. 이제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나가야 하는 시기다. 올해 치른 예비기술성평가에서도 좋은 성과를 받았다. 2025년 하반기에서 2026년 상반기 중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실한 성장성을 증명해야 한다.


수주를 위한 많은 전략들을 수립했는데, 이 중 핵심은 ‘발품’이다. 윤 대표는 “다양한 섹터에서 사업을 잘 하시는 분들에게 물었는데 공통분모는 발품이었다”며 “지난 7월쯤부터 빼곡히 고객사와 미팅 일정을 잡고 눈 코 뜰 새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생활을 하다보니 스스로 나가서 고객들을 만나고 하는 것이 익숙치 않았는데, 직접 만나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확실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술의 트렌드 등에 대해 자신감이 있으니 고객사를 방문해 기술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진 않지만 내년 매출 성장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윤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는 올해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매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내년 연간 기준으로는 더 큰 폭의 성장도 가능하고 손익분기점(BEP) 달성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장 이전에 한차례 더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사업 전개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도 수주 성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목표: 산업AI ‘글로벌 표준’ 등극


그가 직접 발품을 팔며 고객사들을 만나고 있는 건 단순히 수주를 늘리기 위해서는 아니다. 원프레딕트가 제공하는 산업AI 솔루션이 각 산업의 표준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윤 대표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에는 저항감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우리가 주력하는 제품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건 꼭 써야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기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단 국내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AI의 표준이 되고자 한다. 원프레딕트는 지난 2022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업을 확대할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그는 “미국법인에 좋은 인력들을 모으고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들을 지금까지 해 왔다”며 “훌륭한 VP(부사장)을 영입해 의미있는 이정표들을 써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기업공개 역시 글로벌 진출을 위한 과정이자 수단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확보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자금을 만들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최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