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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erautonomy Artificial Intelligence Lab

냉장고 모델 확인하고 문 달기까지 1초... 다크 팩토리로 진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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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1-18 04:30 조회 16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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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부착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13일 오후 찾은 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 냉장고 조립라인.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 팔이 일사천리로 움직이며 냉장고 문짝 4개를 본체에 끼워 넣었다. 라인에 도착한 본체를 3차원(3D) 카메라가 실시간 촬영해 냉장고 모델 60여 종 중 어느 것인지 확인하고, 결합 홈의 정확한 위치를 인식한 후 문을 조립하는 데 걸린 시간은 1~2초에 불과했다. 0.25㎜ 정도의 미세한 차이를 반영해야 하는 정밀한 작업이 순식간에 진행된 것이다. 20㎏ 무게의 문짝을 사람이 직접 조립할 때에 비해 속도가 일정하고 빠른 것은 물론, 작업 중 사람이 다칠 위험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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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에서 로봇이 냉장고를 자동으로 조립하고 있다. 근처에 사람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LG전자 제공


1층 로비 대형 스크린에선 공장 가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AI와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기술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지능형 공정 시스템으로, 생산, 부품 이동, 재고 상황이 한눈에 보였다. 공장은 이 시스템으로 30초마다 내부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10분 뒤의 생산라인을 예측하고 자재를 적시에 공급한다. 30분 뒤, 1시간 뒤처럼 다른 시간대 예측도 가능하다고 했다.

LG전자가 이 같은 제조 'AI 전환(AX)'으로 얻는 효과는 분명했다. 시간당 냉장고 생산 대수는 기존 대비 20% 증가한 반면, 불량률은 30% 줄었다. 또 새로운 냉장고 모델 생산을 위해 라인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기간이 30% 짧아졌다. 덕분에 연간 냉장고 생산 능력은 최대 200만 대에서 300만 대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어렵고, 사람들이 꺼리는 작업을 먼저 자동화했다"며 "앞으로 다른 공정에도 자동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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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에서 LG전자 직원들이 디지털 트윈 솔루션 화면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진정한 다크 팩토리는 아직 없다"

AI 혁명은 더 이상 챗GPT 검색창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제조업 생태계가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LG스마트파크처럼 AI를 탑재한 로봇이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공정을 자동화하고, 생산·물류·품질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혁신의 종착점은 '다크 팩토리'다. 사람 없이 완전 무인으로 생산, 검사, 물류는 물론 유지, 보수까지 진행해 '조명을 켜지 않아도 되는' 공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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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 LG스마트파크에서 자율이동로봇(AMR)이 움직이고 있다. LG전자 제공

일부 기업은 다크 팩토리에 벌써 가까워졌다.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그룹 메타플렌트 아메리카(HMGMA)'는 △철판을 눌러 패널을 생산하는 '프레스' △차의 골격을 만드는 '차체' △색상을 입히는 '도장' 작업을 이미 100% 자동화했다. 부품 수만 개를 조립해야 해 사람 손이 많이 들어가는 조립 공정은 40% 자동화했는데, 다른 현대차 공장(10%)의 4배 수준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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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렌트 아메리카(HMGMA)'에서 로봇들이 자동차의 도장면을 매끈하게 마감 처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중국 샤오미는 2023년 가동을 시작한 '창핑 스마트 팩토리' 영상을 공개했는데,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1분 남짓한 영상 내내 사람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샤오미는 "조명과 인력 없이 가동되는 '불 꺼진(lights-out)' 공장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완전 자동화 조립라인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 있는 공장의 자동화율을 95%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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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샤오미가 공개한 유튜브 영상에 나오는 스마트 팩토리 내부 장면. 불 꺼진 공장 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 캡처

다만 진정한 의미의 다크 팩토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직 "개념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정 제품 생산 라인 하나를 자동화할 수는 있어도, 제품이나 자재, 공정이 바뀌면 사람의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장영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AI가 설비 간 물류 이동, 예를 들어 어디에서 어떤 물건을 얼마나 옮겨야 하는가와 같은 의사결정을 바로바로 진행하고, 생산 제품이 바뀌더라도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화하겠다는 것이 현재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피지컬AI'... "엔비디아 투자가 기회"

변곡점을 넘는 데 큰 장벽 중 하나는 데이터다. 제조 데이터 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산업 AI 기업 원프레딕트 대표인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제조 라인에서 흘러나오는 데이터가 많아도 직접 AI에 사용하기는 어렵다"며 "데이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같은 '메타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 자산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제조 전문가, AI 전문가를 많이 채용하지만, 막상 데이터 전문가는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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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월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다크 팩토리 구현의 핵심인 '피지컬AI' 역시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피지컬AI란 실제 물리 세계에서 사물을 인지·이해하고 복잡한 행동을 수행하는 AI 기술을 말한다. 특히 학습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LG전자의 냉장고 문 부착 로봇은 AI를 활용해 무인화 공정을 하고 있지만, 학습을 통해 알아서 행동하진 않기 때문에 피지컬AI로 분류하긴 어렵다.

피지컬AI를 발전시킬 기회는 열려 있다. 특히 미국 엔비디아가 한국 정부와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AI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장 교수는 "피지컬AI의 핵심은 가상 공장을 만들어 가상 학습을 시키는 것이라 GPU가 필요하다"며 "다른 나라도 시작 단계인 만큼, 데이터 표준화를 선점하면 글로벌 승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frozen@hankookilbo.com)